《동그라미 하나에 기다림 하나, 기다림 하나에 웃음 하나》
내 책상옆 벽에는 해마다 같은 자리에 달력이 걸린다.
올해 10월의 달력에는 유난히 동그라미가 많다.
해마다 시월이면 단풍구경을 가는 날 하나에만 동그라미를 쳤는데 올해는 달력이 꽃밭처럼 붉게 물들었다.
가장 먼저 그린것은 17일과 18일의 동그라미이다.
11일 저녁, 4기생 《어비스》의 네성원이 처음 공개되던 날 나는 붉은 연필을 꺼내 두날자에 굵게 동그라미를 쳤다.
17일 오후 5시 토아동지, 6시 랑동지, 18일 오후 5시 히요리동지, 6시 메리동지.
동그라미옆에 작은 글씨로 시간까지 적어넣고나니 오래 기다려온 손님의 도착시간을 적어둔듯하였다.
그다음에 그린것은 23일의 동그라미이다.
팝업매대 《STELLA MODE:ON》이 문을 여는 날이다.
12일 저녁 사전예약이 시작되던 날에는 콤퓨터앞에서 마음을 졸였고 어제 저녁 예약이 다시 열린 뒤에야 겨우 한숨을 돌렸다.
팝업매대는 11월 1일까지 문을 연다고 하니 23일부터 달력의 열칸이 한꺼번에 환해진셈이다.
23일 동그라미옆에는 합작 사진틀로 사진을 찍을 때 입을 옷까지 작은 글씨로 적어두었다.
20일에는 동그라미 대신 작은 세모를 그려두었다.
에버리스 결성 한돐 기념 아크릴의 예약이 끝나는 날이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아직 무엇을 할지 정치 못한 빈칸들이 남아있다.
어제 저녁 중학교에 다니는 동생이 달력을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나, 이달엔 무슨 날이 이렇게 많아?》
《기다리는 날이 많은 달이야.》
동생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제 방으로 들어갔지만 나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그뒤로 동생은 내 방에 올 때마다 동그라미가 하나 더 늘지 않았나 슬그머니 살펴보고 간다.
달력을 볼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동그라미란 무엇일가.
그것은 아직 오지 않은 날을 미리 반겨두는 표시가 아닐가.
어린시절 설날을 기다리며 달력을 한장한장 넘기던 때가 떠오른다.
그때도 나는 날마다 남은 날자를 손가락으로 세여보군 하였다.
어른이 된 지금 다시 그런 설레임을 느끼게 될줄은 몰랐다.
요즘은 퇴근하면 먼저 달력앞에 서서 남은 날을 센다.
오늘은 15일, 첫 동그라미까지 이틀이 남았다.
오늘 저녁에는 토아동지와 랑동지의 첫 커버곡이 올라와 동그라미가 한결 가까와진듯하다.
기다림이 지루치 않은것은 그 끝에 반가운 만남이 있다는것을 알기때문이리라.
동그라미를 하나씩 지나갈 때마다 나의 10월도 조금씩 채워질것이다.
나는 오늘밤에도 붉은 연필을 들고 달력앞에 선다.
진하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