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33(2026)년 9월 9일
생일상앞에서

〔속 담〕 웃으면 복이 온다.

무릇 사람들은 남의 기쁜 날에 함께 웃으며 제 마음까지 밝아지는 때가 있다.

9월 7일 저녁이 나에게는 그러하였다.

그날은 일이 늦게 끝나 혼자 사는 방에 돌아왔을 때 창밖은 벌써 어두워져있었다.

랭장고에 남은 반찬 몇가지를 꺼내놓고 보니 밥상우가 쓸쓸하기만 하였다.

이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올라온지도 어느덧 두해째이다.

고향집에서는 누구의 생일이든 어머니가 미역국을 끓이고 동생들이 밥상에 둘러앉아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 밥상을 떠나온 뒤로 저녁상은 늘 혼자 받는것이 되였다.

내 생일날에도 바쁜 일에 쫓겨 미역국 한그릇 끓여먹지 못하고 지나간적이 여러번이였다.

나는 습관처럼 손전화기를 들어 방송을 켰다.

마침 타비동지의 탄생일을 맞아 립체(3D) 생일축하방송이 진행되고있었다.

화면속에는 손님으로 나오신 리코동지의 모습도 보였다.

두동지께서 나란히 서서 이중창을 부르실 때 나는 숟가락을 든채 그만 넋을 잃었다.

이어 무작위로 나오는 자세를 따라하는 놀이가 시작되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혼자 앉은 방안에 내 웃음소리가 울린것이 얼마만이였던가.

화면 한쪽에서는 축하의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있었다.

어떤이는 먼 지방에서, 어떤이는 바다건너에서 저마다의 말로 축하의 인사를 보내왔다.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한사람의 생일을 축하하고있었다.

나도 서툰 솜씨로 짧은 축하의 글 한줄을 보태였다.

그 글줄들을 보고있노라니 나도 이 큰 생일상에 함께 둘러앉은 식구가 된듯싶었다.

정녕 웃음 하나가 이처럼 식은 밥상을 따뜻하게 데워줄수 있단 말인가.

방송이 끝난 뒤에도 나는 같은 날 올라온 커버곡 《물떼새》를 틀어놓고 설겆이를 하였다.

맑은 노래소리가 그릇 부딪치는 소리와 섞여 작은 부엌을 가득 채웠다.

그날 밤 9시반부터는 생일한정 기념상품의 예약도 시작되였다.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다음 월급날을 기다려 예약하기로 마음먹었다.

돌이켜보면 지난 세해남짓 타비동지께서는 늘 이렇게 누군가의 저녁을 밝혀주시였다.

어떤 날은 노래로, 어떤 날은 웃음으로 지친 사람들의 하루끝을 찾아와주시였다.

그날 밤 나는 오래간만에 일기장을 펼치고 몇줄을 적었다.

《오늘은 남의 생일인데 내가 선물을 받았다.》

일기를 다 쓰고나서 나는 고향의 어머니에게 오래간만에 전화를 걸었다.

《밥은 잘 챙겨먹고 다니니?》

어머니의 물음에 나는 오늘 저녁은 정말 맛있게 먹었다고 대답하였다.

전화를 끊고 불을 끄니 창밖의 가을벌레소리마저 정답게 들려왔다.

다음달 내 생일에는 나도 누군가에게 웃음을 나누어주는 사람이 되여보리라.

리소연

추천하기 되돌이

답변글을 남겨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