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담〕 티끌 모아 태산.
퇴근뻐스에 오르면 나는 제일 뒤자리에 앉는다.
창가에 머리를 기대고 손전화기에서 노래를 틀면 그때부터가 나만의 시간이다.
처음 이 회사에 들어왔을 때 나에게 퇴근길은 무척 길게만 느껴졌다.
창밖만 멍하니 내다보며 그날 저지른 실수들을 곱씹다보면 어느새 정류소를 지나치기 일쑤였다.
그런 나에게 노래 한곡으로 하루를 접는 버릇을 들여준것은 다름아닌 스텔라이브 성원들의 노래였다.
지난 한주일은 유난히 피곤한 날이 많았다.
월말의 결산서류가 책상우에 산더미처럼 쌓여갔고 저녁마다 뻐스에 오를 때면 다리가 천근만근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난주말부터는 퇴근길이 기다려졌다.
9월 26일 리제동지께서 올리신 《여우의 별자리》를 시작으로 27일에는 히나동지와 리코동지의 이중창 《소녀레이》와 마시로동지의 《방구석 뮤지컬》 마지막편 《Confrontation》이 련이어 올라왔기때문이다.
나는 그 노래들을 손전화기의 노래목록에 차례로 담아두었다.
뻐스가 큰길을 따라 달리는 동안 나는 노래 한곡 한곡을 차례로 들었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가로등불빛이 노래의 박자에 맞추어 하나씩 뒤로 물러나는듯하였다.
한곡이 끝날 때마다 어깨를 짓누르던 짐이 하나씩 내려지는것만 같았다.
《여우의 별자리》를 들을 때면 창밖의 달이 유난히 밝아보였고 《소녀레이》가 흐를 때면 두목소리가 번갈아가며 내 하루를 다독여주는듯하였다.
《Confrontation》이 울릴 때면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였다가 정류소 이름을 알리는 소리에 놀라 손을 펴기도 하였다.
어느날은 옆자리에 앉은 녀학생의 손전화기에서도 낯익은 노래가 흘러나오고있었다.
우리는 서로 눈이 마주치자 멋적게 웃었다.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지만 같은 노래를 듣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하였다.
노래 한곡의 길이는 고작 몇분이다.
그러나 그 몇분이 모여 내 퇴근길 40분을 다 채우고나면 신기하게도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어찌 노래 몇곡이 하루의 피로를 다 씻어줄수 있으랴.
하지만 나는 안다.
그 몇분동안만은 내가 서류더미속의 사람이 아니라 노래를 듣는 한사람이 된다는것을.
오늘 저녁에는 린동지의 《불가행력》이 새로 올라왔다.
집앞 정류소에 내릴 때까지 나는 그 노래를 세번이나 되풀이하여 들었다.
뻐스에서 내려 서늘한 밤공기를 들이쉬니 래일 아침 출근길도 그리 무겁지 않을것같았다.
정류소옆 가게의 불빛도, 골목어귀의 늙은 은행나무도 오늘따라 다정하게 보였다.
티끌같은 몇분이 모여 태산같은 힘이 된다는 말을 나는 퇴근뻐스에서 배웠다.
래일도 나는 제일 뒤자리에 앉아 노래 한곡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리라.
박해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