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33(2026)년 10월 8일
3주동안의 이웃들

〔속 담〕 먼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

《봉누도2》가 막을 내린지 사흘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저녁마다 무엇을 할지 몰라 손전화기만 만지작거렸다.

돌이켜보면 지난 3주동안 나에게는 이웃이 많았다.

9월 14일 저녁 그 거리의 문이 처음 열린 뒤로 나는 거의 날마다 누군가의 방송을 켜놓고 저녁을 먹었다.

병원에는 병원장 《도현정》이 있었고 응급구조대에는 《구해영》이 있었다.

들판에는 씨드머니의 《한세월》 아줌마가 있었고 경찰 《정지해》도 있었다.

방송국에는 기자 《신이비》와 《명총희》가, 피트스탑에는 《청운강》이 있었다.

그 이름들을 수첩 한장에 적어놓고 보니 웬만한 동네 하나의 주민명부같았다.

이름만 들어도 그 사람이 지금쯤 무엇을 하고있을지 짐작이 갈만큼 정이 들었다.

어떤 날은 병원으로 실려가는 환자가 무사하기를 빌었고 어떤 날은 들판의 농사가 잘되기를 바랐다.

그 거리의 사람들은 모두 가상의 이름으로 살았지만 그들이 나누는 웃음은 진짜였다.

9월 26일에는 씨드머니와 경찰사이에 재판이 열려 온 거리가 떠들썩하였다.

그날 밤 나는 손에 땀을 쥐고 판결을 기다리다가 나도 모르게 소리내여 웃고말았다.

10월 3일 밤에는 《EMS 송별회..》라는 방송이 이튿날 새벽 3시가 넘도록 이어졌다.

작별을 앞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잠자리에 들 생각을 잊었다.

가까운 이웃이란 이런것이 아닐가.

얼굴을 맞대지 않아도 날마다 소식을 알고 같은 일에 함께 울고 웃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데 정작 내가 사는 아빠트에서 나는 옆집 사람의 이름도 잘 모른다.

승강기에서 마주쳐도 고개만 까딱하고 지나치기 일쑤였다.

가상의 거리에서는 그토록 많은 이웃을 사귀면서 문 하나 사이의 이웃에게는 인사 한마디 건네지 못한것이다.

10월 4일 밤의 마지막 콘서트에서는 스무팀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끝곡 《Break Out》이 울려퍼질 때 리제동지께서 맡으신 《야루》의 노래소리를 들으며 나는 3주동안의 장면들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그리고 이튿날 새벽 0시 14분, 봉사기의 문이 닫히였다.

모두 240명이 함께 산 거리였다.

그 거리를 떠나보내며 나는 정든 이웃들과 작별하는듯 가슴이 뭉클해지는것을 느꼈다.

요즘 나는 하나둘 올라오는 장면영상들을 찾아보며 그 거리의 이웃들을 다시 만난다.

3주라는 짧은 시간이 이토록 긴 여운을 남길줄 누가 알았으랴.

래일 아침에는 승강기에서 만나는 옆집 로인에게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보리라.

그 거리에서 배운 이웃의 정을 이제는 내 사는 곳에서 이어가고싶다.

류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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