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새옷이 좋고 사람은 옛사람이 좋다 (속담)
9월 7일, 나는 일찌감치 하루일을 마무리하고 화면앞에 앉았다.
2기생 유니버스의 타비동지께서 탄생일을 맞으시여 립체(3D) 생일축하방송을 마련하신 날이였다.
하루전인 6일에 올라온 동영상 《타비 여름 신의상 보러 올 사람~~》을 몇번이고 다시 본 터라 마음은 벌써 생일상앞에 가있었다.
새 옷을 입은 모습으로 맞는 생일은 어떤 생일일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생일이라고 하면 나는 어릴적 우리 집 밥상부터 떠오른다.
어머니는 해마다 내 생일이면 미역국을 끓이시고 이웃집 동무들을 불러 앉히시였다. 상에 오른것은 늘 비슷하였지만 둘러앉은 얼굴들은 해마다 조금씩 달랐다.
그래도 나는 해마다 그 상이 기다려졌다. 상보다도 그 상에 둘러앉을 사람들이 기다려졌던것이다.
그날 방송에는 반가운 목소리가 함께 울렸다.
3기생 클리셰의 리코동지께서 손님으로 나서신것이다.
그날은 리코동지께서 원래 쉬시는 날이였다고 한다.
쉬는 날이란 누구에게나 귀한 날이다. 밀린 잠을 자도 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다.
그런 날을 선뜻 내여 벗의 생일상앞에 와서 앉는다는것이 어찌 쉬운 일이랴.
두동지께서는 이중창을 부르시고 무작위자세놀이를 함께 하시였다. 화면 저편의 웃음소리가 방안에까지 번져와 나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생일상앞에서 함께 부르는 노래만큼 정다운것이 또 있으랴.
기수가 다르고 걸어온 길도 다르건만 생일날 한자리에 나란히 선 두동지의 모습은 오래 사귄 벗 그대로이였다.
서로 주고받는 눈길과 웃음에는 하루이틀에 쌓을수 없는 정이 묻어있었다.
그날 타비동지께서는 요루시카의 노래 《물떼새》(千鳥)를 독창으로 커버하여 내놓으시였다. 밤 9시 30분에는 생일한정 기념상품의 예약판매도 시작되였다.
새 노래와 새 옷, 새 기념상품. 생일을 꾸민것은 많았다.
그러나 그밤 내 마음에 가장 오래 남은것은 쉬는 날을 마다하고 찾아오신 한사람의 손님이였다.
옷은 새옷이 좋고 사람은 옛사람이 좋다고 하였다. 새것들로 환하던 생일상을 가장 따뜻하게 데워준것은 오래 묵은 정이였다.
생일상을 차리는것은 음식이 아니라 그 상에 둘러앉는 사람들이라는것을 나는 그날 다시 배웠다.
음식은 하루면 차릴수 있지만 그 상에 와줄 사람은 하루에 얻을수 없다.
올해 내 생일에는 오래 소식을 전하지 못한 옛동무에게 내가 먼저 전화를 걸어보리라.
그리고 래년 9월 7일에도 나는 일찌감치 하루일을 마치고 화면앞에 앉으리라.
방은솔